페타의 취미 서랍장

 

 

5월 한달동안 진행된 MSI가 끝난지 이제 이틀이 지났다.

 

비록, 라이엇의 성급한 패치로 메타가 심하게 고정되었다는 점과, 대회 운영에 관해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4대 메이저 지역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마이너리그들이 여러 이변을 만들어내면서 볼맛이 있었던터라, 이번 MSI 대회의 좋았던 순간을 돌아보자는 뜻에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1. A조 최대의 이변. 열악한 리그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Pentanet.GG(이하 PGG)

 

 

2020. OPL이 롤드컵에서 짜릿한 업셋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대로 이 문구가 실현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오세아니아 리그(일명 OPL)은 라이엇이 운영하는 리그 중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을 자랑하는 리그였다. 서버 인구수도 가장 적은 편에 속하고, 선수들은 최저 연봉도 받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직 꿈하나만을 위해 리그를 뛰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력도 마이너 리그 중 최하위권에 속해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리그였다.

 

오세아니아 리그는 그렇게 원래대로라면, 리그는 폐지되고 선수들은 북미로 강제 진출해야 되는 상황에 있었지만, 2020년, 롤드컵에서 OPL대표로 출전한 Legacy Esports가 마이너 리그 중 강자로 꼽히는 터키의 슈퍼매시브와 메이저 리그인 매드 라이온스를 잡아내면서 초대형 업셋을 보여준 것에 많은 유저들의 호응이 있었는지 겨우 OPL은 산소 호흡기가 붙은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MSI에 출전한 PGG는 작년 업셋을 보여준 오세아니아 리그에서 왔다는 것에 시청자들의 혹시?라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지만, 같이 편성된 A조에 우승후보 RNG와 마이너 리그 중 최강이라 불리는 UOL이 함께 편성되는 조 대진을 받게 된다. PGG는 예상대로 최하위권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광탈 1순위가 되었다. 그 와중에 보여주는 경기력도 프로 의식이 의심될 정도의 경기력이였는지라, 열악한 OPL의 사정을 아는 시청자들도 PGG에 대한 비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당연히 RNG와 UOL이 올라갈것이라 예상하고 A조에 대한 기대를 접으려는 찰나, PGG는 UOL을 상대로 한경기를 따내며 1라운드 전패에서 벗어나더니

이후 다음 경기 PGG는 RNG와의 경기에서 제법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결국 탈락 위기에서 두번 연속 UOL을 잡아내는 초대형 업셋을 이뤄내며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한 PGG. 하지만, 예상대로 럼블 스테이지에서 메이저 지역을 상대로 흠씬 두들겨 맞기 시작하면서, 패배를 누적하였고, 결국 PGG는 A조에 베트남 리그가 불참했기 때문에 운으로 올라온 리그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https://www.twitch.tv/lck_korea/clip/MoralCautiousTomatoPraiseIt-DvY_swNivkVHa8ym

 

 

 

끝끝내 메이저 지역인 C9을 잡아내면서, OPL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럼블 스테이지를 떠나게 되었다. 게다가 OPL의 인재가 대부분 LCS로 떠난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인재풀도 언젠가 LCS에 가게 될 것이다.라는 LCS 전용 셀링리그정도로 평가받는 상황이었기에, 이 승리는 OPL에게 더 값진 승리였을 것이다.

 

그렇게 PGG는 탈락했지만, 결국 작년 롤드컵과 같이 OPL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퇴장하게 되었다.

 

2. 한국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쉬운 탈락팀. DFM에 대해서

 

일본 리그 LJL은, 마이너 리그 지역중에서는 LCK팬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리그인데, 이는 물론 옆나라 리그라는 점도 있지만, 블랭크, 피레안 같은 한국 선수들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LJL에 대한 호감도는 아마도 탑라이너 Eiv에서 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27세의 나이지만, 한국 솔랭에서 챌린저를 찍을 정도의 실력,

 

자신만 갈고 닦는 것이 아닌, 일본 리그 LJL을 위해 노력하는 프로의식.

 

'한국서버에서 연습하는 LJL선수들은 타국가 서버로부터 연습장소를 빌린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그리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신경쓰며 매너를 지키자 그리고 자기 자신도 물론 더욱 신경쓰겠다.' 라고 말하는 인성.

 

그리고....

 

에비좌의 따봉 2021 리마스터 버전

 

뭔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듯한 따봉까지...

 

이 DFM가 MSI에 진출에 성공했고, 동시에 담원 기아가 있는 C조에 온다는 소식을 듣자 많은 한국팬들은 이 소식에 반가워 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팀 소개 영상. ㅇㄹㅇ ㄷㅅㅇ

 

그러나, 한일전이라면 원래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승부욕을 불태우는 한국인들 마저 일본이 선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할정도로, 두 팀간의 전력차는 엄청난 상황. 게다가 담원 기아와 함께 있는 팀은 메이저 지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C9이었기에, C조는 당연히 담원과 C9이 올라갈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첫경기를 DFM이 아쉽게 패배하며 기정 사실화 되는 듯 했다.

 

 

 

https://clips.twitch.tv/LuckyDistinctHamburgerBabyRage-kTI5EmhrsqN9qxcH

 

 

 

그러나 예상외로 DFM은, C9을 잡아내며,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https://clips.twitch.tv/PleasantSwissRavenPicoMause-jvYL1jdG_NzowA7n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담원 기아를 잡아낼뻔 하면서, 서서히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렇게 DFM이 진출했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DFM은 C9과의 리매치에서 패배하면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이 탈락 소식에 많은 한국팬들이 정말 아쉬워했는데, 정말 아쉬운 것은 DFM의 탈락은 체급차이가 아닌 막판에 너무 텐션을 올리다가 나온 실수로 인한 역전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LJL리그 발전을 바라는 Evi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결과다.

 

현재, 일본 LJL의 솔랭 인구 밀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을 정도로 처참하고, 일본 리그를 뛰고 있는 주요 에이스 선수들도 대부분 한국인이기에 리그의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번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언젠가는 LJL도 메이저 지역을 위협할정도로 리그가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엔 충분했다. 에비좌의 리그를 위한 노력이 이번 롤드컵에서 결실을 맺길 바란다.

 

 

한일전 이후 에비좌가 한국인 팬들에게.mp4 - 리그 오브 레전드 - 에펨코리아 (fmkorea.com)

 

한일전 이후 에비좌가 한국인 팬들에게.mp4

에비) 진짜 감사합니다https://twitter.com/Vallen_eStory/status/1391075095884357632

www.fmkorea.com

 

 

 

3. 뭔가 터트릴 것만 같았던 PSG. 결국...

 

지난 롤드컵의 다크호스를 떠올리라고 하면 모두 PSG Talon을 떠올릴 것이다. 이 팀은 예전 플래시 울브즈가 있던 LMS가 동남아 리그로 흡수되면서 탄생한 태평양 연안리그(이하 PCS) 소속인데, 과거 플래시 울브즈가 한국이 독보적인 1강이던 시절에 간간히 일격을 먹여왔듯이, 지난 롤드컵에서 징동게이밍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담원기아에게 1등 확정 티켓을 선물해주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PSG의 성과가 당시 코로나 이슈로 인해, 플레이 인 스테이지를 임대 멤버 셋과 함께 돌파하고, 겨우 자가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주력 멤버는 합을 맞출 시간도 없이 그룹스테이지에 합류해서 보여줬던 성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MSI에서 PSG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원딜러 기흉 이슈로 인해 대체 맴버로 독고가 임대되어 참여하게 되었고, 풀 전력을 다한 PSG는 결국 이번 리그에서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PSG의 MSI였지만,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다.

 

 

비록 메이저인 매드라이온즈에게 두번 다 패배하긴 하였지만, 자신보다 체급이 낮은 마이너팀들을 상대로 서열정리에 성공하면서 비교적 쉽게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럼블 스테이지는 PGG를 제외하면 PSG에 비해 체급이 밀린다고 할 팀은 없었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메이저 리그인 MAD에게 결국 두번 다 패배했기 때문에 토너먼트 스테이지는 4대 메이저 리그가 나눠먹는 것이 아닐까라고 예측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PSG는 결국 메이저 리그 중 하나인 C9을 잡은것으로 시작으로 RNG, MAD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럼블 스테이지에서 4위도아닌 3위로 진출. 토너먼트 스테이지에서 결국 RNG와의 정면승부를 하게 되었다. 당시 일정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LCK팬들은 아마 PSG에게서 TPA의 '그것'을 많이 바랬을 것이다.

 

 

PSG와 RNG의 1세트, PSG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기 위한 날카로운 이니시를 보이며 RNG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이 경기는 졌지만, PSG의 저력이 보인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난 이때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2세트는 PSG가 초반 라인전부터 게임을 터트리며, 게임을 가져오지만 3세트에서 인베 판단 미스로 인해 게임을 허무하게 패배. 그리고 4세트로 게임이 흘러가게 된다.

 

 

 

https://clips.twitch.tv/BrightHedonisticGoldfishFailFish-MrYTcSI2nA81jNEM

 

 

 

초반부터 양쪽에서 이득을 본 RNG는 결국 PSG의 조급한 다이브를 역으로 받아치면서 크게 이득을 보게 된다. 이어, 반드시 성장이 필요한 트리스타나가 연거푸 짤리면서 원딜의 존재감을 상실한 것은 덤.

 

PSG는 이 이후부터 킬 교환만 간간히 해낼뿐 오브젝트 타이밍마다 계속해서 RNG에게 오브젝트를 내주며 결국 운영면에서 완벽하게 밀리는 모양새였다.

 

 

 

https://clips.twitch.tv/LongGiftedFungusDAESuppy-1K1R8GNbsChYs2oD

 

 

 

그런 와중에 렐의 이니시를 기반으로 기적의 한타를 만들어내는 PSG. 화염용의 영혼을 일방적으로 내줄뻔하던 상황에서, 한번 템포를 끊은데다, 트리스타나가 일단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내며 역전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RNG의 운영에 계속 당하면서, 화염용의 영혼을 공짜로 내주고 말았고, 뒤이어 바론 한타까지 패배하면서 그래도 RNG가 이기는 듯 했으나.

 

 

 

https://clips.twitch.tv/StrongGorgeousCrabPhilosoraptor-wgg1fqRFIjzoUuiI

 

 

 

마지막이 될수도 있었던 한타때 PSG는 시리즈 내내 RNG를 위협해왔던 그 특유의 한타 능력으로, RNG를 전멸시키면서 또 다시 한타 승리. 갱플, 사일, 트타라는 후반 고점 높은 챔피언들을 많이 가져가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게임을 주도할 수 있게 되는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독고의 앞점프 이니시로 시작된 한타에서 독고의 수호천사가 빠지는 동수 교환만 나오면서 장로 한타 때 주도권을 다시 RNG에게 넘겨주게 되었고, 결국 PSG는 패배하고 만다.

 

이 경기를 굳이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일단, 이번 MSI중 가장 명경기를 꼽으라고 하면, 이 경기를 꼽고 싶어서 그랬고, 또, 그동안 메이저 지역을 간간히 위협해온 마이너 리그팀들의 특징인 한타 교전 능력,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운영적 한계가 모두 드러난 아쉬운 경기였기 때문이다.

 

PSG의 드라마는 이렇게 끝맺었지만, 그 드라마는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였고, 또 후속편이 기대되는 드라마였다. 이번 롤드컵에서 PSG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최근 롤드컵에서 심화 된 기존 메이저 지역만 그룹 스테이지를 뚫는 상황에 균열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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